[보도자료] 노인 무임승차 제한에 대한 이음나눔유니온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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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니온 댓글 0건 조회 20회 작성일 26-04-13 15:20본문
[보도자료] 노인 무임승차 제한에 대한 이음나눔유니온 입장
“긴급하다고 막 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중동 위기에 따른 에너지·민생 비상 대응 차원에서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의 출퇴근 시간대 조정 필요성을 언급하고, 관련 연구·검토를 지시한 데 이어 2일 국토교통부를 주무 부처로 정해주면서 정책 시행을 재차 촉구했다.
우리는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에너지 가격과 공공요금, 도시철도 운영비를 압박하는 현실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 정부가 긴급 대응책을 고민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방식이다. 긴급하다고 해서 가장 손쉬운 선택이 가장 옳은 선택은 아니다. 정부가 이를 복지 차별이 아니라 위기 대응책이라고 설명하더라도, ‘시간대별·연령별 이용 실태와 실제 에너지 절감 효과에 대한 충분한 분석 없이 노인 이동권부터 조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위험한 선택’이다.
평일 지하철 혼잡은 대체로 오전 7~9시, 오후 6~8시에 집중되며, 주 이용층은 통근·통학 인구인 20~50대다. 반면 65세 이상 이용자는 상대적으로 오전 9시 이후와 낮 시간대 비중이 높다. 따라서 노인 무임 이용이 혼잡의 전부이거나 핵심 원인인 것처럼 접근하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더구나 피크 시간대에 이동하는 노인들은 대개 생계형 노동, 병원 이용, 돌봄노동처럼 시간을 피하기 어려운 목적을 가진 경우가 많다. 이런 조건에서 출퇴근 시간제한은 단순한 수요관리보다 취약한 고령층에게 집중되는 불이익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현실은 더욱 엄중하다. 65세 이상 고용률은 30% 후반대, 65~69세는 50%를 웃도는 수준이며, 이는 노후가 안정돼서가 아니라 계속 일하지 않으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OECD 기준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여전히 최고 수준이고, 60세 이상 임금근로자의 비정규직 비중도 매우 높다. 결국 출근 시간대 이동 제한은 가장 낮은 임금과 가장 불안정한 노동조건 속에 있는 노인들에게 추가 비용을 물리는 결과가 된다.
정부가 “복지 차별이 아니라 에너지 비상대책”이라고 설명하더라도, 실제 정책 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연구를 지시했다면, 그 연구는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형식 절차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럴수록 정부는 정확한 데이터와 공개 검증을 거친 뒤에만 판단해야 한다. 지하철은 승객이 조금 줄었다고 전력 소비가 곧바로 비례해서 감소하는 구조가 아니며, 실제 에너지 절감은 배차, 운행 효율, 역사 냉난방·조명 관리, 시차 출퇴근 등과 결합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효과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특정 연령집단의 권리부터 조정하는 것은, 위기 대응이라기보다 손쉬운 표적 선택에 가깝다.
이 조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취지 즉, 고령자의 노동시장 접근을 넓히고 나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줄여야 한다는 방향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 또한 「노인복지법」 제26조의 경로우대 취지, 곧 노인의 이동권과 사회참여를 지원하라는 원칙도 실질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 위기 국면일수록 취약계층의 권리를 더 정교하게 보호해야지, 더 쉽게 조정해서는 안 된다. 실효성도 없이 에너지 긴급대책의 외양만 과시한 채, 노인 차별의 상흔만 남겨서는 안된다.
우리의 요구
1. 정부는 대통령의 연구 지시가 있었던 만큼, 시간대별·연령별 이용 실태, 실제 에너지 절감 효과, 혼잡 완화 효과, 저소득·생계형 고령층 영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공개 검증 없이 이 제도를 성급히 시행해서는 안 된다.
2. 정부는 노인 이용 제한보다 먼저 ‘시차 출퇴근, 유연근무 확대, 역사·차량 에너지 절감, 배차 최적화, 무임 수송 손실에 대한 국비 지원’ 등 실효적인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
3. 불가피하게 제도 조정이 논의된다면, ‘저소득 노인, 생계형 노동 노인, 의료·돌봄 목적 이용자에 대한 예외와 보호장치’를 우선 설계해야 한다. 노인들의 아침 지하철 이용은 ‘여가 이동’이 아니라 ‘생계 이동’이다.
4. 정부는 노인 당사자와 노동·복지·교통 전문가, 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적 협의 절차를 공식화하라.
중동 위기 대응은 필요하다. 그러나 위기일수록 국가는 더 정밀하고 더 공정해야 한다. 노인의 출근길부터 손보는 것은 쉬운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쉬운 선택이 언제나 옳은 선택은 아니다. 정부는 성급한 시행을 멈추고, 정확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 위에서 다시 답해야 한다.
2026년 4월 2일
이음나눔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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