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요리 교실] 문어숙회, 오징어 데침, 낙지볶음 등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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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니온 댓글 0건 조회 13회 작성일 26-08-11 01:07본문
"삼식이 할래, 셰프 할래"
[올드보이 요리 교실-문어숙회, 오징어 데침, 낙지볶음 등] ⑤
지구가 펄펄 끓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수만 년 빙하고 녹아 콸콸 폭포수를 뿜어내고 있고, 한반도도 뜨겁게 달궈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살려면 먹어야 합니다. 지난 8월 6일 네 번째 ‘올드보이 요리 교실’이 찜통더위 속에 열렸습니다. 이날은 여름 보양식인 해산물 요리였습니다. 낙지, 문어, 전복이 주재료였습니다. 거기에 커다란 들통 하나 가득 김치전골이 특별 출연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이날도 ‘이론’ 공부부터 시작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요리 수강 학생들이 말년 고참 티를 내면서 진지하게 강의를 듣는 모습입니다. 10여 명의 학생 중에 전복 암수를 구분하는 법을 아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여러분은 아십니까?
전복 암수 구별법 아시나요?
전복은 암수딴몸이지만 겉모습으로는 암수 구분이 어렵고, 내장의 색깔로 구분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녹색 계통 내장이면 암컷이고, 수컷은 노란색(황백색) 계통이라고 합니다. 암수 구분은 못 했지만, 전복 이빨이 있다는 사실은 두 명 빼고는 모두 알고 있더군요(둘 중 한 사람이 이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전복 이빨은 단단하고 이물감이 있어서 미리 제거해야 한답니다.
항상 재료 고유의 맛을 강조하고, 화려한 양념 사용을 자제하는 이성우 셰프께서는 오징어, 낙지, 문어, 주꾸미 등 두족류 요리의 비법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물 없이 데치고, 조리 시간을 짧게” 오늘 실습한 요리는 문어숙회, 오징어 데침, 낙지볶음이었는데, 지침대로 했더니 정말 부드럽고, 감칠맛 나는 요리가 됐습니다.
그중 문어숙회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물을 쓰지 않고, 양파만 이용해서, 중불에 문어를 15분 정도 가열합니다. 적당한 크기로 썬 양파를 손질한 문어 밑에 깔아 두면 됩니다. 초고추장이나 들기름을 곁들여 먹으면 끝. 재료 고유의 담백하고 단순한 맛은 말로 다 표현하고 싶지 않은 깊음을 선사했습니다.
부정 청탁하다 걸리다
3개 조로 나눠 ‘경연’이 벌어진 낙지볶음은 고학년 티를 내는 학생들의 불꽃 튀는 경쟁의 장이었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이날 심판관 자격으로 참가한 여성 참관인들에게 ‘부정 청탁’을 하는 모습을 들키기도 했습니다.
이날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아이템은 전복요리였는데, 전복찜과 전복 내장으로 만든 죽의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특히 이성우 셰프께서 직접 개발한 ‘스페셜 요리’인 전복 내장 소스에 모든 사람이 대만족. 전복찜 위에 올려진 전복 내장 소스는 색깔과 맛이 단연 최고였습니다. 요리는 재료가 반이라고 합니다. 최상품의 전복을 엄청 많이 구매해 준 김재용 PM조합원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요리였습니다. 특별히 감사드립니다(사재를 털어 공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공금 횡령의 시대에).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특별히 전복 내장 소스 비밀 레시피를 공개합니다.
“전복 내장을 칼로 다지거나 믹서로 갑니다. 버터에 청양고추 다진 것과 마늘 다진 것을 볶다가 마늘 향이 그윽하게 퍼지면 다진 전복 내장을 넣고 볶아서 익힙니다. 생크림이나 우유를 끼얹어 농도를 조절하고 한소끔 끓여 내면 됩니다. 전복 내장 무게에 견주어 버터-마늘-청양고추는 모두 20% 정도 비율로 쓰면 좋습니다. 우유나 생크림은 맛과 농도를 봐서 적당히 조절하면 되구요.” - 이성우 셰프
아부인가? 팩트인가?
이날 눈에 띈 학생은 김성희 조합원. “(그동안)할 일이 별로 없어 잡일만 하다가 모처럼 주 요리를 한 듯하다.”는 그는 문어 손질, 삶기, 썰기라는 주요 과정을 맡아서 처리했습니다. 평소 집에서 손기술이 크게 필요 없는 청소, 빨래, 쓰레기 처리와 연체동물 손질을 해왔던 경험을 살린 것이라고 합니다. 김성희 조합원은 1주일 전에 근처 이마트에 주문해 놓은 화이트와인 몇 병도 공급해 줘 이날 자리를 풍성하게 해주는 데 역할을 했습니다.
“훌륭한 요리사가 되려면 음식을 사랑해야 하고, 무엇보다 그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사랑해야 한다.” - 알랭 뒤카스 (프랑스 셰프)
라기주 조합원이 인용한 말입니다. 모범생답네요. 그리고 이렇게 ‘아부의 말’을 덧붙입니다. “내가 보건대 이성우 셰프님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오는 이연복, 최현석, 샘킴, 정호영 보다 훨 프로답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음식에 깊은 맛, 인생에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이 고스란히 알토란처럼 배어 있다.” 근데 사실 겪어 보면 아시겠지만, 이 말은 아부가 아니라 ‘팩트’입니다.
매니저 자랑도 빼놓지 않네요.
“김재용 매니저는 사람이 늘 푸근하다. 마음씨 좋은 동네 쌀집 아저씨 같다. 비어 있는 곳간에도 늘 퍼 주기를 좋아한다. 퍼 주고 나면 다시 채워진다고, 어린아이처럼 좋아 한다.”
아주 철학적인 요리학
문어숙회와 전복요리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요리에서 소요(숙성) 시간이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요리도 철학이다”라고 이성종 조합원은 말합니다. 아주 철학적인 학생인 것 같네요.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수강생 한 명은 수업 후 뒤풀이 자리가 너무 길어져 고액의 택시비와 늦은 귀가 시간 때문에 부인님께 혼이 났다고 합니다. “삼식이 셰프야, 삼식이 술판이야?” 그분의 꾸지람을 뒤로 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고 합니다. “혼 나도 할 수 없다. 이 좋은 걸 어쩌란 말인가, 일본에 심야식당이 있다면 우리는 삼식이 인생 식당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한용문, 김억 조합원의 소감을 전해드리죠.
“배우는 즐거움과 뜻이 맞는 친우와의 한 잔.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중년 아재들의 열정. 실습을 통한 가정 화목. 벌써 마지막을 향한다는 아쉬움이 더위에 지친 몸보다 더 진하게 느껴지네요.” - 한용문
늙어도 우리는 맛있게 산다. 머리 희끗희끗한 사람들이 앞치마를 두르고 모였다. 평생 먹어 온 밥이건만 내 손으로 제대로 한 번 만들어 보자며, 칼을 잡고 파를 썰고, 서툰 손으로 양념을 맞춘다. 오늘만큼은 누구의 아버지도, 누구의 선배도 아닌, 열세 명의 신입 요리사다.“ - 김억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를 듯
이제 올드보이 요리 교실 마지막 한 번이 남았는데, 그냥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이성우 셰프가 끝나고 KTX 타고 집으로 가면서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공식 일정은 한 번 남았지만, 오늘 분위기로 봐서는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를 것 같더군요. ㅋ” 그리고 이렇게 덧붙입니다. “전복 내장 소스가 환상적이란 것은 조용한 비밀로 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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