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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제-미싱, 첫 번째 모임 후기_이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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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니온 댓글 0건 조회 6회 작성일 26-08-1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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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8일 토요일, 오전 10시. 나이 들어 ‘미싱을 타고’ 싶은 사람들이 전태일 기념관에 모였습니다. 여성 7명, 남성 2명 모두 9명입니다. 앞으로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수업을 이끌어갈 강사님이자 PM 조합원인 이정기 님의 아이디어로부터 시작된 모임입니다. 이정기 조합원은 화섬식품노조 봉제인지회 지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전태일재단 대외협력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봉제 노동자들은 몇 년 전부터 자신들의 재능을 무료로 기부하는 일을 해오고 있습니다. ‘지음’이라는 이름의 기부 모임에서는 그동안 코로나 때 마스크를 만들어 나눴으며, 미혼모를 위한 아기 턱받이, 제화/인쇄/청소/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팔토시, 네팔 어린 학생을 위한 교복 등을 만들어왔습니다.

미싱을 배우고 싶은 사연들

이날 모인 조합원들이 재능 기부를 위해서만 봉제를 배우려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토요일 오전에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이 있습니다.

현재 전태일 해설사인 이정아 조합원은 20여 년 동안 디자인 일을 해왔습니다. 이번에 이음나눔유니온 소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며칠 전에 노조에 가입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가지고 있던 역량을 활용하고 싶어서 이 모임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일상에서 사용한 후 버려지는 물건들을 각종 멋진 소품들을 만드는 등 방법으로 재활용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순옥 조합원은 10년 전에 손녀 원피스를 만들어줄 정도 실력이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 까먹어서, 이제부터 처음 배우는 마음으로,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참석했다고 합니다. 원피스도 만들고, 다양한 소품도 만들면서, 필요하면 재능 기부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순옥 조합원도 전태일 해설사입니다.

"바짓단만 줄일 수 있으면 대만족"

바짓단 줄이는 거 한 가지만 배워도 참석 이유 100% 달성한 거라는 라기주 조합원, 마찬가지로 바짓단, 치맛단 줄이는 방법 배우는 게 주요 목표 중 하나라는 이경옥, 이은정 조합원도 모두 재능 기부를 하겠다는 마음은 똑같습니다.

이날 초등학교 2학년 따님과 함께 참석한 정지혜 조합원께서는 옛날부터 배우고 싶어서, 신혼 때 미싱까지 사 왔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다고 하네요. 그동안 미싱을 당근 마켓에 내놓을까 고민도 수십 번 했는데, 아직 가지고 있고, 이번에 드디어 배우게 됐다며 좋아합니다. 집에서 노느니 무엇이라도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참석했다는 김억 조합원은 사실 집에서 한가하게 노는 사람은 아닙니다.

전통 무용인 살풀이춤을 추는 김현주 조합원은 공연복은 아니더라도, 연습복 정도는 직접 만들어 입고 싶어서 미싱을 배우려고 한답니다. 춤 종류에 따라 옷이 다르고, 춤복을 맞출 때 이러저러한 요구를 해도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이참에 본인이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참석했다고 합니다. 김현주 조합원도 전태일 해설사입니다.

입학식 때 벌써 졸업작품전 꿈?

첫 시간에 앞으로의 강의 계획과 내용을 설명해 준 강사님인 이정기 조합원은 10대 후반부터 봉제 일을 해온 베테랑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색종이 접기 놀이하듯 옷을 만들면 된다, 미싱 밟는 건 차 운전하는 것과 같다, 엑셀 밟으면 나가고, 브레이크 밟으면 멈추고, 핸들을 돌리면 방향 바뀌고, 미싱도 똑같다, 등등 귀에 쏙쏙 드는 비유로 수강생들의 의욕을 솟구치게 만들어줬습니다. 최근 한 방송에서 60년대 시대극(20부작)을 만드는데 봉제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제작진에 자문해 주기도 했다고 하네요. 올해 안에 방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첫 모임에서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제안도 나왔는데, 입학식(?) 하는 날에, 벌써 졸업 작품전을 열자는 성급한 수강생의 '무모한 제안'이 나왔는가 하면, 전태일 기념관에 미싱을 가져다 놓고 봉제-미싱 소모임 조합원은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실습과 체험 공간으로 열어놓자는 의견까지 다양했습니다.

이날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참석한 사람들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얘기는 이정기 강사님이 말한 ‘봉제와 치매의 상관관계’ 얘기였을 겁니다.

'봉제와 치매의 상관관계'에 관한 흥미로운 가설

“내가 17살부터 봉제 일을 시작했습니다. 내 주변에 수많은 봉제 일하던 사람 중에는 나이 들어 치매를 앓는 사람 한 명도 없습니다. 지회장 시절 지회 교육할 때, 설문 조사를 하면서 주변에 봉제한 사람 중에 치매에 걸린 분 있으면 얘기해 달라고 했는데, 한 명도 없었습니다.”

‘치매 예방은 봉제로?’
원인도, 진실도 아직은 모르겠지만, 아주 흥미로운 가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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