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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은 무죄” - ‘희곡 읽기’ 첫 번째 모임_이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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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니온 댓글 0건 조회 25회 작성일 26-08-2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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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8일 오후 4시 전태일 기념관에서 이음나눔유니온 희곡 읽기 소모임 ‘변신은 무죄’ 첫 모임이 열렸습니다. 이 소모임 회원은 모두 12명인데, 이날은 9명이 참석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싶어 했지만, 일정 등이 맞지 않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소모임입니다.

인생은 국·영·수에서 예체능으로?

사람들은 중고교 시절에는 잘하든, 못하든 국·영·수에 신경 쓰고 우선시하지만, 나이가 들면 예체능으로 노선 변경을 하는 것 같습니다. 걷기, 달리기, 등산, 자전거 타기 등이 건강을 위한 대표적인 체육 종목이라면, 합창 등 노래 배우기나 악기 배우기, 사진 촬영하기, 그림 그리기, 희곡 읽기는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예술’ 종목이라고 볼 수 있죠. 이날 모인 사람들의 사연은 다양했지만 ‘예술과 함께하는 삶’을 경험해 보겠다는, 오랫동안 잠복해 있던 깊은 뜻은 모두 같지 않을까요?

첫 번째 모임에서 읽은 작품은 유명한 ‘12인의 성난 사람들’입니다. 미국에서 TV드라마(1954년)와 연극(1955년)이 성공을 거두면서 영화로 제작돼(1957년) 큰 인기를 얻었고, 최근까지도 ‘명작’으로 간혹 TV 등에서 방영되는 작품입니다. 아버지를 살해한 소년의 유무죄를 결정하기 위해 12명의 배심원이 찌는 듯한 여름에 좁은 방에 모여 갑론을박 격론을 겪는 과정을 기록한 것이죠. 처음에는 유죄 11 vs 무죄 1로 시작됐지만, 판세가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글자에 갇힌 캐릭터를 해방시켜라

이날 희곡 읽기 강사로 참여한 오진아(두잉 대표) 선생은 참여연대 아카데미 느티나무의 낭독극 모임에서 희곡 읽기 공부를 했고, 지금까지 방송작가 희곡 읽기 모임, 은둔 청년과 함께하는 희곡 읽기 모임을 지도해 왔습니다. “희곡집을 눈으로 읽은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재미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눈으로 읽을 때와 소리 내서 읽을 때는 완전히 달라요. 텍스트에 갇혀 있는 인물들을 낭독자들의 입을 통해 해방시키고,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파악하게 됩니다.” 강사의 간단한 설명이 끝난 후 참석자들이 왜 이 모임에 왔는지, 이 시간을 통해 어떤 것을 이룰 수 있을지 기대 효과를 말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동선이 있는 연기는 쉽지 않겠지만, 회곡을 읽는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연기 같은, 남들 앞에서 밖으로 드러내는 거를 어려워하는 I형입니다. 그런데 작년에 내가 속한 합창 모임에서 합창극을 했는데, 못 하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한번 해볼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나이 들면 용감해지잖아요. 뻔뻔해지기도 하고. 이번 기회에 한번 열심히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참석했습니다.” - 최성주 조합원

“희곡 읽기는 생소합니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소모임으로 연극을 해본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인연보다는 다른 자리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집에서 노느니 뭐라도 배우자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 김억 조합원

딴사람이 되고 싶어서, 집중하고 싶어서

“희곡 읽기 소모임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신청했어요. ‘변신은 무죄’라는 표현도 아주 마음에 들었고요. 지금까지 내 스타일로 50여 년 살아왔는데, 다른 사람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여기로 오게 했습니다.” - 이정아 조합원

“전국에 돌아다니며 강의하는 업무가 내 일입니다. 우리는 항상 말을 하면서 사는데,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건지, 늘 궁금해했습니다. 잘하려면 많이 읽어야 하는데, 희곡을 읽는다? 어떨지 너무 궁금했어요. 내 껍질을 깨는 순간을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죠. 기대가 큽니다.” - 김정자 조합원

“제가 여성 사업을 담당하는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희곡 읽기 아이템을 제출했습니다. 방송작가 지부에서 희곡 읽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어요. 여성이 남성 등장인물 역할을 하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나도 변신 좀 해서, 나 아닌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 이경옥 조합원

“엊그제 <오디세이> 영화를 봤습니다. 엄청 몰입했어요. 희곡을 읽으면서 몰입하는 경험을 하고 싶습니다.” - 황혜원 조합원

“17년 동안 노조에서 상근자로 생활했습니다. 노조 간부 치고 말을 못 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난 말주변이 없어요. 말을 잘하는 데 희곡 읽기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은정 PM 조합원

-김성희 : 우연히 왔는데, 필연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말 많이 하는 편인데, 발음이 안 좋다는 얘기 들었습니다. TV 인터뷰할 때 어눌한 발음 때문인지 스크립터에 내가 말한 내용이 제대로 안 나옵니다. 중3 때 교회에서 연극 경험이 있는데, 그 이후는 안 했습니다. 대본을 보니 5번 배심원이 가장 대사량이 적은 것 같은데, 내가 그 사람 역할을 하고 싶네요.

“최우수 연기상 만들자”

모두가 난생처음 희곡을 읽은 경험을 한 참석자들. 대사를 ‘치는’ 동안 폭소도 터져 나왔고, 벌써 연기를 하는 사람을 보고 감탄의 반응도 나왔습니다. 낭독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다음부터는 참석자들이 투표해서 매회 ‘최우수 연기상’을 주자는 제안도 나왔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자기 대사만 몰입하면 극의 흐름을 놓친다, 대사 몰입과 함께 앞선 사람의 대사를 경청해야 한다, 인물에 대한 해석이 각기 다 다를 수 있고, 작가 의도도 달리 볼 수 있다, 등등 읽은 후 짧은 강의가 있었습니다. '예술 있는 삶'을 150분이나 살았기 때문인지, 대사를 잘 쳐서 그랬는지 뒤풀이 자리에 마시는 살얼음 냉 생맥주를 모두 벌컥벌컥 맛있게 '예술적으로'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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